1편부터 보실 분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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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박2일만에 국토왕복하기의 절반은 어둑어둑하니 해가 진 8시쯤에 끝났습니다.

한바퀴 도는데 두시간도 안걸릴 것 같은 섬.
정말 드물게 배치되어있는 가로등.
이제 겨우 8시인데 마주친 차량의 수는 손에 꼽힐만큼.
정말 작고 조용한 섬이더군요. 마을회관 뒤에 있는 친구2의 친척집을 방문했습니다.
인사를 드리고 저녁상을 받는데 첫번째 쇼크가 다가옵니다.

'밥상위에 있는 음식중에 내가 먹어본 음식이 갓김치랑 마늘쫑밖에 없어!!!!'

잡아온 생선으로 국도 끓이고 구이도 한거라는데 뭔지 모르겠습디다 ㅡㅡ;;
뭔가 고추스럽게 생긴 김치도 있고, 열무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특이하게 절인 것도..
뭐 여튼 뭔지 모르지만 다 맛있긴 하더군요.^^;;
제가 단거만큼 비린걸 못먹는데 그날 잡은 생선으로 익숙하게 조리해서 그런지
생선요리도 비린맛은 전혀 안나더라구요=_=.

밥먹고 잠시 앉아있는 동안 집에 들어오는 사람 한 스무명쯤은 본 거 같은데 이건 뭐
동네사람 전부 친척인 기세;;

나중에 대충 들어보니 마을사람 전부 진짜 친척아니면 친척급 친구 뭐야 이거 무서워.

인사로 밤샐 분위기라서 친구랑 나왔습니다.

친구 아버님이 선창가에서 술한잔하라고, 시원하고 모기도 없다고 하시더군요.
선창가랑 정자에서는 자도 된다고. 모기도 없고 새벽에 추울 정도라고.
솔깃해서 '선창가'라는 곳을 가봤습니다.

우왕 ㅋ 굿 ㅋ.

폰카의 한계로 낮에 찍은 사진으로 대체하는게 너무 아쉽습니다.
이렇게 동네주차장 역할쯤으로 만들어진 작은 부두에

끝에 가로등 하나가 켜져있고

요렇게 생긴 다리(?)를 구름다리 타는 기분으로 내려가면

이렇게 작은 접안시설이 바다에 떠있습니다.

밤되면 동네 '서내기(아놔 이건 검색해도 안나와 ;;;)'들이 싸그리 주차되어있습죠.
작은 부두끝에 가로등 하나. 밤이면 동네사람들이 타는 '서내기(아놔 이거 사전에도 안나오네;;)'가 접안시설에
촘촘하게 주차(^^)되어있고 싸그리 아는 사이인 동네사람들이 낚시중.

그림 좋지 않나요? 분위기도 근사하겠다 어머님 아버님께 술판매하는 곳이 어디냐고 여쭤봤더니
나오신다네요.


둘이 벌인 술자리는 친구 부모님께서 나오시면서 동네 술자리로 바뀌고,
안주거리는 동네사람들이 낚시로 잡은 참돔에 아나고들로 변신.
그자리에서 회떠서 먹는 떠들썩한 술자리로 바뀌었습니다.
고향에 놀러온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에게 과자랑 음료수도 나르고
술도 사오고 하다보니(이동네는 주로 소주는 500ml짜리로 마시는 것 같더군요=_=)
두 번이나 술사러 걸어갔다 오게 되고, 순식간에 치고 빠져나간 사람들 덕에 친구랑 술자리는
11시가 되어서야 친구와 둘만의 술자리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갓잡아서 회친 아나고에서는 참외향이 맴돌고, 갓잡은 참돔은 보들보들,
양반다리로 앉아있는 접안시설은 배들의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천천히 파도를 타고있고.
에어컨이 필요없을 정도로 바람은 정말 시원하더군요.
분위기도 좋고 안주도 좋고 술도 잘 넘어가고 조용하고.

콩      : 친구야, 여기 진짜 좋다. ^^ 쉬고싶을때 오면 딱이겠다.
친구2 : 그러냐?^^
콩      : ㅇㅇ. 담에 셋이서도 한 번 오자. 진짜 죽인다 여기.
친구2 : ^^
콩      : 근데 친구야 전복은? 비키니랑 전복중에 고르라매?^^
친구2 : 밤에는 못나간다더라. 낮에 건져온건 이미 낮에 먼저오신 분들이 술안주로 아작.
콩      : ^^ 아. 그렇구나. 근데 여기 진짜 좋다.

친구야^^  이제서야 말하는건데 그날 친척분이 잡아주신 안주가 니 목숨을 살렸다.

암튼 오랫만에 좋은 분위기에서 좋은 친구와 이야기를 하며 늦은시간까지 기분좋게 보냈습니다.

6.
하지만 이렇게 끝나면 저도 제 친구도 아니잖아요^^ 여기까진 참 좋았죠.
너무너무 시원하고 조용한 분위기에 반한 친구와 전
선창가는 새벽4시에 사람들 배타고 나가니까 마을회관 앞 정자에서 자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버님의 말을 철썩같이 믿은거죠. 모기도 없고 시원하다.
시원하긴 하더군요. 근데 자는동안 왠 모기가 무슨 1개 사단은 되는 것 같더라는 ㄷㄷㄷㄷ
짜증나서 깨보니까 친구는 이미 
온몸을 이불로 덮고 이제 염끝나고 실어가면 될 기세로 누워있더군요.
친구야 너 죽은거 아니지 코에 손가락 대봤는데 살아는 있네요.
신기하게 뜯기면서 잘자네 저렇게 자면 괜찮나 싶은 기분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같은 포즈로 잠시 잠들었는데 버티다 못한 친구가 깨서 보니
이번엔 제가 염할 기세.=_=
새벽 4시에 나가신다는 어른들 다 깨울까봐 어마어마한 모기의 공세를 꿋꿋하게 버티며
거기서 아침까지 서로의 잠든 모습을 번갈아가며 확인하며 생존체크도 해가며 잠을 설쳤습니다.
아침에 보니 제가 한 10여군데 물렸고 친구는 한쪽 손만 열군데가 넘게 뜯겼더군요.ㄷㄷㄷㄷ
새벽 6시에 아버님이 깨우시는데 낚였어 소리가 입밖으로 나올 뻔 했습니다;;;;

친구는 일어나자마자 아버님께 모기없다며~~~!! 라고 절규했지만,
아버님께서는 내가 언제 그랬냐며 선창가는 없지만 정자는 바람안불면 모기 엄청 많다
왜 거기서 잤냐고 말씀을 꺼내시더군요.
심지어 동네분들과 쟤네 거기서 자다가 어마어마하게 뜯겼다더라 우하하 스킬까지 시전을;;;
아....저도 울고 친구도 울고, 잠시 어머니도 보고싶고 막 그러더군요.
(저 지금도 그때 물린 자리 긁으면서 글쓰고 있습니다 훗.)

7.
찬물로 샤워하니까 미친듯한 가려움이 좀 가라앉더군요.
그렇게 6시에 이른 아침상을 먹고 한시간정도 더 잔 다음 친구와 다시 밖으로 나왔습니다.
친구가 섬 전경이 보이는 자리로 데려가주네요.
(1편을 포함 모든 사진은 클릭하면 커집니다^^)
보이시나요.

와 정말 디카 안가져온게 원망스럽더군요.  

이건 뭐 다필요없고 사진기들고 섬돌아다니면서 사진찍고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친구에게 부탁했죠. 친구야 섬 한 번 돌아보자.

8.
4살짜리 친구 조카도 차에 태우고 차를 가지고 바깥으로 나갑니다.
우선 돈도 좀 뽑을 겸 읍내로 나가봤죠.

여기가 읍내입니다. 이 섬의 가장 번화한 곳. 시간이 이곳은 비켜서 지나갔나 봅니다.

삭막한 분위기따위 없는겁니다.
주유소에는 아예 자가용에 트럭, 버스까지 문열고 "주차중"이었고요. 직원은 보이지도 않더라는.
읍내 유일한 주유소에 주유기 두 대 끝. 저 사무실 보이세요?^^
타임머신을 타고 지나가는 것 같은 드라이브. 기분 좋더군요.

돈도 뽑았겠다. 이제 친구에서 두번째 갈 곳을 이야기해봅니다.

콩      : 나 있지. 해수욕장을 꼭 가봐야겠어.
친구2 : 없다니까.
콩      : 아니야. 내 눈으로 봐야겠어.

네비를 가까운 해수욕장으로 찍고 갑니다. 10분도 안걸려서 도착하네요.
해수욕장도 아담하니 예쁩니다.
4살박이는 신나서 놉니다. 친구는 4살박이를 돌보느라 정신없고요.

전 매의 눈으로 해수욕장의 몇 안되는 모든 사람을 훑어봅니다.
없어.
요리보고 조리봐도 비키니는 고사하고 아예 미혼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없습니다.
이 섬의 해수욕장은 부모님과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출입금지냐고 진지하게 친구한테 물어봅니다.
친구가 미소만 짓네요. 친구야 근데 왜 난 눈물이 나는걸까?
구경이 끝나고 들어와보니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더군요.
엌. 그런데 왠 아이스박스들이 떼거지로.
전복을 사셨네요.
근데 하나가 제꺼라네요.
아 네 하나는 제꺼^^

읭???????????????????????????????????????

어머님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이야기했으나 안통합니다. 이러시면에서 차단당했습니다.
결국 감사합니다 받고 친구랑 교대로 이번엔 안쏘고 올라옵니다.
내려올때보다 훨씬 덜막혔는데 6시간 걸렸네요. -_-;;;(나 어제 미쳤었구나.)

쭐래쭐래 올라와서 냉큼 집근처사는 직장동료이자 군대동기인 다른 친구놈 집에 들렀습니다.
박스를 열어보니 살아있는 전복이 12마리!!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그걸 본 친구도 눈빛이 바뀌고.
결국 저 그날 6마리 제 손으로 손질해서 2마리는 그냥 회로, 2마리는 숙회로,
나머지 2마리는 전복죽 재료로 썰었습니다.
잘먹었네요^^
나머지 6마리는 이웃친구놈집 냉동고에 산채로 얼렸다가 요리재료로 쓰기로 하고
전복을 안주삼아 쏘주 삼매경에 잠시 빠진채로 국토 왕복종단은 종료되었습니다.

거금도 납치 수기는 이렇게 훈훈하게 잡아올린지 6시간 된 전복을 소주안주로 회치는데에서
끝났답니다. 그리고 전 지금 홍대에서 토닥토닥 거리면서 이걸 쓰고 있고요.
네. 저 지금 사회생활 시작하고 처음으로 조금 낯선 휴가를 보내는 중입니다.

다들 쾌변하시길 바랍니다.^^
Posted by by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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