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도 합니다

오자히르(Oh, Zahir)

by콩 2010. 4. 28. 13:35

명절때 집에 내려가는 길,

한 번 차가지고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12시간동안 운전하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욕은 다하고 개고생하며 올라온 뒤로 죽어도 차는 안가져가기로 결심.
기차표는 구하기가 너무 힘들고 결국 버스표 한 장 달랑 들고 내려가는데 말이지.

 

경주까지 도착시간은 명절때면 항상 10시간을 산뜻하게 넘어서는데
당췌 노트북 배터리로도, 핸드폰 배터리로도 이 시간은 버텨내질 못하는거야.
그래서 책 한두권 정도를 업어가는데
지난 명절에 서점에서 10분정도 고민하다가 고른 책이 이거였어.

오 자히르.

무슨책이냐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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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신작 장편소설. 꿈을 잃고 현실에 안주했던 '나'에게 생의 의미를 일깨워주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도록 이끌었던 아내 에스테르가 어느 날 갑자기 말없이 사라져버린다. '나'는 영원하고 유일한 사랑인 에스테르를 찾아서 바람과 사막과 초원을 건너는 구도의 여정을 떠난다. 파울로 코엘료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용기와 희망, 사랑과 자유의 메시지로 가득한 이 책은 삶과 사랑에 대한 빛나는 성찰이 돋보인다.

'자히르'는 이슬람 전통에서 왔으며, 18세기 경에 생긴 개념이라고 추정된다. 아랍어 'Zahir'는, 눈에 보이며, 현존하는, 감지될 수 밖에 없는 어떤 것으로, 일단 맞닥뜨리게 되면 조금씩 우리의 사고를 점령해, 어떤 것에도 집중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리는 어떤 대상 혹은 존재를 말한다. 그것은 신성을 의미할 수도 있고, 광기를 의미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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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다음에 나오는데 삶과 사랑에 대한 빛나는 성찰은 개뿔.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았을 뿐 더러
답답한 주제에 '시티 오브 조이'처럼 다 읽고나면 무덤덤한 결말임에도 가슴 한구석에 뭔가 남는 특별한 것도 없는,
그냥 다 읽고 책 덮어도 답답하고 멍하게 만들기만 하는 책이었던거지.

 

저 자히르라는게 
일단 마주하게 되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머리속으로 침투해서
결국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다른건 생각할 수 없이 어느사이 머리속을 가득 채워버려
마주한 것만을 바라보게 되는 절대적인 사랑의 개념을 말하는 것 같은데,
그래서 종교에 언급되고 광신에도 비유되는 것 같은데 말이지.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를 보고 복혼제도에 대한 신선한 고찰은 커녕
손예진이 지 와이프인양 빡쳐서 광분하는 단순한 남자들의 마인드가
나에게도 똑같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저 평론가가 말하는 빛나는 성찰을 내가 읽어내지 못해서 그런지,

혹은 책을 덮고 나서 느껴지는 이 짜증과 답답함이 바로 그 자히르의 모습이고
작가가 너무나도 리얼하게 잘 전달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그렇다면 난 이 자히르 반댈세.)

두번을 읽고 난 후에도 '연금술사'는 좋았는데 이건 세번을 읽어도 무엇보다 '재미'가 없고 마음에 안들어.
전반적으로.

와이프를 위해 만들었다는 이 소설 난 별로일세.